수업 중에 학생한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선생님, 뉴스에서 비트코인 반감기 때문에 난리라는데, 그게 뭐예요?" 저는 칠판에 숫자 하나를 썼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1/2을 계속 곱해봐. 거기에 답 있어."
그날 아이들의 표정이 생각납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야' 하는 얼굴이었다가, 직접 계산해보고 나서 슬슬 눈이 커지기 시작했거든요. 오늘은 그 수업 내용을 여러분과 나눠보겠습니다.

1. 비트코인 반감기란? 공급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기
1-1. 비트코인이 스스로 공급을 조이는 구조
비트코인은 '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옵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보상받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이 보상이 약 4년마다(정확히는 21만 개의 블록이 쌓일 때마다) 정확히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처음부터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걸 반감기(Halving)라고 합니다.
우리가 쓰는 원화나 달러는 중앙은행이 필요에 따라 더 찍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총발행량 2,100만 개라는 숫자가 코드에 박혀 있어요. 누구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2,100만 개가 세상에 풀리는 속도를 점점 늦추는 장치가 바로 반감기입니다.
1-2. 채굴자 입장에서 보면
채굴자들은 비트코인을 캐기 위해 엄청난 전기와 장비를 씁니다. 반감기가 오면 똑같은 일을 하고도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거예요. 월급이 반 토막 나는 셈이니, 채굴자들에게는 생존 시험 구간이라고 할 수 있죠.
2. 1/2을 계속 곱하면 생기는 일
2-1. 보상이 줄어드는 속도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은 처음 50개에서 시작해서 반감기를 거칠 때마다 절반씩 줄어듭니다.
| 반감기 횟수 | 계산식 | 보상 |
| 0회 (시작) | 50개 | 50개 |
| 1회 | $50 \times \frac{1}{2} = 25$ | 25개 |
| 2회 | $50 \times (\frac{1}{2})^2 = 12.5$ | 12.5개 |
| 3회 | $50 \times (\frac{1}{2})^3 = 6.25$ | 6.25개 |
| 4회 | $50 \times (\frac{1}{2})^4 = 3.125$ | 3.125개 |
1/2을 한 번 곱할 때마다 보상이 반으로 줄어드니, 4회 반감기를 거친 지금 보상은 처음의 1/16이 됐습니다. 3.125개예요.
2-2. 그런데 왜 2140년에 끝나는 걸까요?
이 계산을 처음 보여줬을 때 학생들이 꼭 이런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그럼 언제 0이 돼요?" 1/2을 곱하면 반은 남으니까, 수학적으로는 영원히 0이 되지 않습니다. 0에 가까워질 뿐이에요.
반감기는 약 4년에 한 번 옵니다. 그리고 약 33번의 반감기가 지나면 보상이 비트코인 최소 단위 사토시, $10^{-8}$ BTC) 보다 작아져 사실상 발행이 멈춥니다.
$50 \times (\frac{1}{2})^{33} \approx 0.0000000058 \text{개} \approx 0$
33회 × 4년 = 약 132년. 2009년 비트코인 탄생을 기점으로 계산하면 2140년경이 나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이 풀이 맞아요?" 하고 물으면 제가 이렇게 말합니다. "검산해봐." 이 숫자가 바로 그 검산의 결과입니다.
2-3. 이미 93.75%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4차 반감기가 끝난 2024년 기준으로 전체 발행 예정량 2,100만 개 중 약 93.75%가 이미 채굴되었습니다. 앞으로 100년 넘게 남은 기간 동안 나올 비트코인은 전체의 6.25%에 불과합니다.
3. 2024년 4차 반감기와 시장의 반응
3-1. 날짜를 아는 시험
반감기의 특이한 점은 날짜가 미리 예측 가능하다는 겁니다. 블록 생성 속도를 계산하면 누구나 언제쯤 반감기가 올지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시장에는 '선반영' 현상이 나타납니다. 반감기가 오기도 전에 기대감으로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거예요.
2024년에는 특히 반감기(4월)보다 한 달 앞선 3월에 이미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시험 범위가 미리 공개된 상태에서 학생들이 시험 당일보다 전날 밤에 더 긴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3-2. 공급이 줄어드는 것과 가격이 오르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급이 줄어드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격은 공급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그걸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시장 전체 분위기가 어떤지, 규제 환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같은 변수들이 함께 작용합니다. 공식은 단순한데 변수가 많은 문제예요.
4. 오답 노트 — 반감기를 오해하는 방식 4가지
수학 시험에서 개념은 알아도 방향을 잘못 잡아 틀리는 경우가 있죠. 반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1) "반감기 = 가격 폭등"으로 단순 등치하는 실수
반감기 전후에 가격이 오른 경우가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반감기 때문만인지는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당시 거시경제 환경, 기관 자금 유입 같은 다른 변수들이 함께 작용했으니까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건 수학에서도, 투자에서도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2) 날짜만 보고 타이밍을 잡으려는 실수
반감기 날짜는 알 수 있지만, 시장이 그날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릅니다. 2024년처럼 반감기 전에 고점을 찍고 이후에 잠시 조정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시험 문제를 미리 알아도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3)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다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는 실수
비트코인은 방향과 무관하게 단기적으로 아주 가파르게 움직입니다. 반감기라는 큰 그림을 보더라도, 그 사이의 급등락을 버티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요. 수학에서 함수의 장기적인 방향보다 눈앞의 그래프 꺾임에 흔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4) 총 공급이 줄어드는 것과 지금 당장 희소해지는 걸 혼동하는 실수
93.75%가 이미 풀렸다는 건, 역으로 말하면 이미 시장에 엄청난 양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새로 나오는 양이 줄어드는 것과, 지금 당장 구하기 어려워지는 건 다른 이야기예요.
수업 말미에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그럼 비트코인 사야 해요, 말아야 해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걸 결정하는 건 수학이 아니야. 수학은 구조를 알려줄 뿐이고, 그 구조를 어떻게 쓸지는 네가 결정하는 거야."
반감기는 비트코인이라는 시스템의 설계도입니다. 공급이 어떻게 줄어드는지, 언제 끝나는지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치예요. 그 설계도를 이해하는 것과, 그것에 돈을 넣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설계도를 제대로 읽고 계신가요?
TIP 비트코인 반감기까지 남은 블록 수와 예상 날짜는 'nicehash.com/halving'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반감기(5차)는 2028년경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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